'태그를 입력해 주세요.'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3.08.28 이석원, <보통의 존재>
2013. 8. 28. 16:28





나는 손잡는 것을 좋다한다.

모르는 남녀가 거리낌 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원 나잇 스탠드가 요즘처럼 횡행하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눈물겹다.

잠시 잠깐 만난 사이에서는 결코 손을 잡고 영화를 보거나 거리를 걷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으니까.

손을 잡는다는 것은 그처럼 온전한 마음의 표현이다.

누구든 아무하고나 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하고나 손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손잡는 것이 좋다.










나는 언제나 손을 잡았을 때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그것으로 사랑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열정이 없어진 사랑을 이어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공공연히 나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아무리 좋아하던 사람도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가슴은 뛰지 않고 키스는 짜릿하지 않더라.

나는 그런 정열의 소멸을 감당하지 못했다.










나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굳게 결속한 이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서로를 봐도 가슴이 뛰지 않고 키스는 짜릿하지 않을 때,

잡은 손은 무디어 별 느낌이 없을 때

그것이 왜 절망이 되지 않는지,

어떻게 그럼에도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알고 싶다.

그럴 때 두 사람을 이어주는 끈은 무엇인지.


내가 정말로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어느 날 정열이 사라져버린 상태를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사랑을 긴 호흡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어쩌면 나는 제대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으면서

너무 빨리 사랑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공개되지 않는 다는 느낌은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 나의 공간과 머릿속 생각, 물건들의 안전은 소중하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혼자 있는 집에서조차 혹 어떤 존재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한번쯤 가져본 사람이라면 완벽한 비공개의 자유란 얼마나 갖기 어렵고 소중한지 공감할 것이다.


일탈이란, 아무도 모르는 머나먼 타지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나의 집,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곳에서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사랑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아. 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지. 그래도 난 네가 그 사람하고 뭔가를 시작했으면 좋겠어.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바보 같은 일은 없으니까."










산책이란 대개 한가롭고 여유 있는 상황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때로 고통이나 고립감을 잊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되는 수도 있다. 그럴 때 산책은 일종의 마취제나 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실 여행이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예민함과 미묘한 충돌이 있다.

언젠가 런던에 갔을 때 친한 친구랑 여행하는 게 왜 안 좋은가 알게되었던 그때와는 또 조금 다르지만,











얼마를 벌어야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나의 갈증은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해도 그때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할 테니까.


사람이 일평생 유년의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불행일까 행복일까.

그리움에 젖어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것으로만 보면 불행일 것이고,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 또한 행복일 것이다.










너는 웃으며 말했지,


좋아해.

다정하지 않을 뿐.










연애라는 게 뭘까요.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 홀로 있다가 아무도 없는 세상에 둘이서만 있게 되는 게 연애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해도 외롭지 않게 되는 건 아니지요.

아무도 없는 세상에 기껏해야 한 사람이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하니까.











"우리 인생이 저 위에서 보면 결국 이런 것일 거야. 이렇게 작고, 단지 여러 개체 중의 하나일 뿐인 아무것도 아닌 삶."


흔한 말로 이 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 각각의 존재란 정말로 작고 보잘것없는 점과 같은 것이겠죠.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에겐 이렇게 긴 역사도, 어떤 시공간 차원에서는 그저 찰나에 불과한 순간밖에는 되지 않는다면서요.


우주에 적용되는 이러한 가차 없는 생명소멸의 법칙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저는 사랑과 생명에 끝이 있다는 것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구요.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나의 삶은 38년간 무기력함에 시달리다가 마흔을 앞두었다는 시기전 절박감과 마침 무너졌던 건강 덕분에 생의 유한함을 절실히 목도한 후 비로소 삶에 생명력과 애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생토록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가 그제서야 하고 싶은 게 생겨나더군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 끝이 없다면 과연 지금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간절함이 생겨날 수 있을까.











Posted by NARI.SHIN 신나_

댓글을 달아 주세요